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번 결정은 고객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다만 모델 제공을 경쟁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비용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MS가 오피스 365에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을 통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의 오픈AI 기술 중심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보도에 따르면 이번 통합으로 워드, 엑셀, 아웃룩, 파워포인트 등 주요 생산성 도구에 앤트로픽의 기술이 적용돼 고객이 활용할 수 있는 AI 옵션의 폭을 한층 넓힐 전망이다.
이는 또한 MS가 추진 중인 AI 스택 다변화 전략을 보여준다. MS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오픈AI 투자와 병행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동시에 애저(Azure) 클라우드에서 딥시크(DeepSeek)를 비롯한 다른 벤더의 기술을 통합하고 있다.
오피스 365 AI 기능을 시험한 개발자들은 일부 영역에서 앤트로픽 모델이 오픈AI를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엑셀에서는 재무 업무 자동화에 강점을 보였고, 파워포인트에서는 사용자 프롬프트 기반으로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생성하는 데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MS는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앤트로픽의 주요 지분을 보유한 AWS와도 협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AI 분야에서 멀티 벤더 전략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특정 벤더 종속 위험을 피하기 위해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채택했던 것과도 맞닿아 있다. 단일 벤더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는 기업이 핵심 애플리케이션에 AI를 도입하고 평가하는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AI 선택지, 비용, 그리고 통제권
애널리스트들은 MS의 이번 계획이 기업 입장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가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 고급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옴디아(Omdia) 고급 컴퓨팅 수석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해로웰은 “대부분의 LLM API는 비슷한 규모의 모델군에서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앤트로픽은 클로드 API, 특히 클로드 코드(Claude Code)의 가격을 상당히 높게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로웰은 이어 “엑셀은 이미 수식과 VBA를 통한 프로그래밍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파이썬(Python)도 제공하고 있다. MS의 계획은 클로드 코드가 파이썬 스크립트를 생성하고, 이를 엑셀의 파이썬 환경에서 실행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S가 여러 모델을 혼합해 활용함으로써 단일 벤더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이 업무 특성에 맞는 도구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파리크 컨설팅(Pareekh Consulting)의 CEO 파리크 자인은 “기업 입장에서 이번 사례는 단일 모델에 의존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라며 “과거 멀티 클라우드 전략으로 종속을 피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멀티 모델 AI 전략을 점점 더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글과 오라클 같은 경쟁사 역시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하면서도 다른 영역에서는 협력하는 방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경쟁사를 넘나드는 AI 공급망
MS가 앤트로픽 모델에 접근하기 위해 AWS에 비용을 지불할 계획이라는 점은 최종 사용자에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비용 구조와 인프라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해로웰은 “단점은 마진이 이중으로 쌓이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라며 “AWS는 가장 저렴한 LLM API 제공자가 아니며, 여기에 앤트로픽의 마진까지 더해진다. MS는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체 역량이 갖춰지는 즉시 자사 플랫폼으로 이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MS는 여러 방향에서 AI 인프라 용량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네비우스(Nebius)와의 신규 계약은 자체 칩셋인 마이아(Maia) AI-ASICs의 생산 지연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또한 애저 AI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MS 마이아의 생산 지연으로 인해 앤트로픽 모델을 실행하는 데 있어 AWS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IDC의 리서치 부사장 샤라스 스리니바사무르시는 “이 같은 경쟁사 간 협력은 기술 산업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직접 경쟁하면서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삼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리니바사무르시는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공급망 공유, 서비스 상호 통합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며 “애플과 삼성 같은 사례는 명확한 상업적, 법적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기술 산업에서 오래전부터 경쟁적 상호 의존 관계가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력 구조는 기업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시한다. 에베레스트 그룹(Everest Group)의 애널리스트 이시 타쿠르는 “CIO 입장에서는 단일 파트너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어느 한 벤더도 기업의 AI 수요 전반을 충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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