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해저케이블 장애로 인해 발생한 우회 경로 지연을 인정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용 증가와 취약한 연결성 문제를 지적하며 복원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홍해에서 발생한 해저케이블 손상으로 주말 동안 아시아와 중동 일부 지역의 인터넷 접속이 차질을 빚었으며, 중동을 경유하는 MS 애저 서비스에서 지연이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사고를 확인하면서 네트워크 트래픽 자체는 끊기지 않았지만, 대체 경로로 우회하면서 지연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연 현상은 2025년 9월 6일 오전 5시 45분(UTC)에 시작됐다. 9월 7일 오후 7시 52분(UTC) 기준 애저 상태 페이지에는 “중동을 경유하던 일부 트래픽에서 더 높은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을 통하지 않는 트래픽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황이 변하면 매일 또는 더 빠른 주기로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아카마이 클라우드의 리노드(Linode) 상태 페이지도 연결성 문제를 보고했다. 해당 페이지에선 “IN-MAA, AP-West, IN-BOM 데이터센터의 리노드에서 해저케이블 다중 장애로 인해 네트워크 혼잡과 지연이 증가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게시됐다.
인터넷 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NetBlocks)는 홍해 해저케이블 시스템 장애와 연관된 지역 다수 국가에서 광범위한 접속 저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노드, 넷블록스는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기업 앱 지연과 비용 증가
CIO와 기업에 있어 홍해 해저케이블 장애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곧 애플리케이션 속도 저하, 운영 비용 증가, 비즈니스 리스크로 이어진다.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 애널리스트 마니시 라와트는 “최근 해저케이블 절단으로 트래픽이 장거리 대체 경로로 몰리면서 실시간 API, 트레이딩 플랫폼, 화상회의, ERP 시스템 등 왕복 지연에 민감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서 뚜렷한 지연이 발생했다”라며 “웹앱 처리 속도 저하, 데이터베이스 질의 지연, 파일 전송 지연, 다지역 복제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 전자상거래, SaaS 등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매출, SLA, 고객 경험에 영향을 주는 일시적 서비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전 세계 기업이 해저케이블에 얼마나 취약하게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병목 지역에서 단 한 번의 단절만으로도 서비스 지연과 글로벌 비즈니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IIR트렌드 & 파릭 컨설팅(EIIRTrend & Pareekh Consulting) CEO 파릭 자인은 “지연과 우회는 서비스 제공자와 기업 모두의 비용을 끌어올린다. 제공자는 대체 회선 구매, 트래픽 관리, 장거리 경로 임시 용량 확보 등으로 운영비가 증가하고, 기업은 애플리케이션 속도 저하로 인한 생산성 손실, 이미지 훼손, 거래 손실 등 간접 비용을 떠안는다”라고 말했다.
즉각적인 지연 비용 외에도, 이 같은 대규모 장애는 보이지 않는 추가 비용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킨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 CEO인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케이블 수리에는 수백만 달러와 수 주의 시간이 든다”라며 “갈등 위험이 높은 해역에서는 보험사가 인프라 보험료를 올리고, 규제기관은 복원력 계획의 적정성을 문제 삼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비스가 불안정해 보일 경우 기업의 신뢰도에 타격이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홍해 해저케이블 장애 상황
넷블록스(NetBlocks)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에서 홍해 해저케이블 장애가 발생해 SMW4와 IMEWE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아랍에미리트(UAE), 파키스탄, 인도의 인터넷 연결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SMW4(SEA-ME-WE 4, South East Asia-Middle East-West Europe 4)는 약 1만 8,800km 길이의 해저케이블로 2005년 12월 13일 개통됐다. 두 개의 광섬유 쌍으로 구성된 이 케이블은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탈리아, 프랑스 등 14개국을 연결한다. 길이 1만 2,091km의 IMEWE(India-Middle East-Western Europe) 케이블은 인도와 유럽을 중동을 거쳐 연결하며, 세 개의 광섬유 쌍과 8개국 10곳의 접속 지점을 갖추고 있다.
일부 보도는 이번 장애 배후에 예멘 후티 반군이 있다고 전했으나, 후티 측은 과거 케이블 공격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으며 이번 사고의 원인 역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 라이트스톰(Lightstorm) 그룹 CEO 아마짓 굽타는 “전 세계 국제 데이터 트래픽의 95~97%는 위성이나 지상망이 아니라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홍해는 이 생태계의 핵심 병목 구간으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7%가 이곳을 통과한다. 아시아에서 서방으로 이동하는 트래픽의 약 80%가 이 경로를 지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홍해는 글로벌 연결성의 전략적 요충지로, 케이블 밀집도가 높고 지역 불안정성 때문에 민감한 지역일 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 해상 교통,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라고 설명했다.
CIO가 대비해야 할 것
이번 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24년 2월에도 홍해에서 해저케이블 3개가 손상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간 인터넷 연결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CIO들에게 복원력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우회망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별 경로 다변화, 위성 및 지상망 백업 확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유지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인은 “CIO는 SLA를 검토하고, 클라우드 비상 계획을 세우며, 벤더와 함께 복원력 옵션과 트래픽 우선순위 설정을 논의해야 한다. 정기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장애, 지연, 우회 상황에서 준비 상태를 검증하고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고기아는 “CIO는 벤더 관계에서 단순한 논리적 이중화가 아닌 실제 물리적 경로 다양성의 증거를 요구해야 한다. 홍해를 통과하는 트래픽 양이 어느 정도인지, 대체 경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경로를 얼마나 빠르게 가동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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