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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Colisto
Contributor

칼럼 | 멈춰야 생산성이 회복된다··· IT 리더에게 필요한 ‘전략적 숨고르기’ 방법

오피니언
2025.09.026분

잠시 멈추는 일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가 산만함을 걷어내고 다시 집중해 마침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Professional and handsome millennial Asian businessman or male boss focuses on reading a book or checking his meeting schedule on his planner book while sitting at his desk.
Credit: BongkarnGraphic / Shutterstock

몇 년 전 포춘 500대 기업에서 IT 부사장으로 일할 때, 필자는 성공의 역설에 빠져 있었다. 높은 직위와 유능한 팀, 어떤 위기든 해결할 수 있다는 명성을 얻었지만, 현실은 끝없는 회의와 이메일, 긴급 요청의 연속이었다. 하루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졌고, 전략적으로 사고할 여유조차 없이 불을 끄듯 문제를 처리하고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5일 동안 37번의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 한 주에 한계점이 찾아왔다. 팀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과제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생산성 전문가들이 ‘전략적 숨고르기(strategic pause)’라고 부르는 변화의 힘을 알게 됐다.

과잉 연결의 숨은 비용

이 경험은 특수한 것이 아니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사에 따르면 현재 임원들은 주당 23시간 가까이 회의에 쓰고 있으며, 이는 1960년대 10시간 미만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급격한 회의 시간 증가는 조직 전반의 생산성 저하 및 번아웃 증가율과도 맞물려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불안은 커지고 의사결정의 질은 낮아졌으며, 모두가 쫓기듯 일하면서 혁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3년 업무 트렌드 지수에 따르면 직원의 68%는 업무 중 방해받지 않고 몰입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언급했으며, 57%는 너무 바빠서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필자의 팀의 행동과 성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의 집중 패턴을 살펴보니, 스스로가 하루 동안 평균 17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회의 중에도 습관적으로 메일을 열어봤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습관은 깊은 인지적 몰입을 방해한다. 한번 방해를 받은 뒤 다시 집중하는 데는 약 23분이 걸린다. 결국 필자는 늘 ‘반만 집중한 상태’로 일했고, 이는 복잡한 문제 해결과 전략적 사고를 가로막았다.

몰입 업무와 전략적 숨고르기의 발견

변화는 조지타운대학 컴퓨터과학 교수 칼 뉴포트가 제시한 ‘딥 워크(Deep Work)’ 개념에서 시작됐다. 이는 방해받지 않고 고도의 인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몰입 상태를 뜻한다. 뉴포트는 방해 없는 몰입 능력이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경과학계의 연구는 과제를 전환할 때 남는 ‘주의의 잔여물(attention residue)’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는 딥 워크를 위한 시간을 보호 구역처럼 확보해 실험해 봤고, 그 즉시 전략적 사고와 통제력이 크게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줄리엣 펀트의 연구를 접했다. 그는 ‘환각적 긴급성(hallucinated urgency)’, 즉 모든 일이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리더와 팀을 끊임없는 반응 모드에 가둔다고 분석했다. 포춘 500대 기업의 자문을 맡아온 펀트는 업무나 회의 사이에 5~10분의 휴식을 취해 반응 모드를 끊고 생각을 리셋하는 ‘시간의 쐐기(wedge)’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일정에 ‘쐐기’를 도입한 이후 집중력과 대인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또한 ‘쐐기’와 딥 워크 시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타임복싱(time boxing)을 시도했다. 이는 특정 업무에 일정한 시간을 고정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략 기획에는 90분, 이메일 확인에는 45분, 복잡한 프로젝트 작업에는 2시간을 확보했다. 이렇게 하자 업무가 전체 일정을 잠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각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쐐기’와 타임박싱을 결합하니 구조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리듬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개인적 변화를 발판으로 조직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개혁에 나서기 시작했다.

1. 회의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혁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볼 만한 3가지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 순차 퇴장제(Rolling dismissal): 팀원이 회의에서 맡은 역할이나 발언을 마치면 끝까지 남아 있을 필요 없이 바로 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줄리엣 펀트가 제안한 개념으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 회의 금지 시간: 부서 차원에서 일정 구간을 회의 금지 시간으로 설정해, 딥 워크와 전략적 사고를 위한 시간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우리 팀은 매주 수요일 오전을 ‘회의 없는 시간’으로 운영했는데, 그 효과는 분명했다. 이 시간 동안 생산성이 약 20% 상승했으며 팀 만족도 역시 크게 개선됐다.
  • 이메일 일괄 처리: 줄리엣 펀트가 ‘옐로우 리스트(yellow list)’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방식으로, 단순한 받은편지함 관리를 넘어 긴급하지 않은 메시지를 다루는 명확한 기준을 제공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메일로 답하고, 필요하다면 회의를 잡으며, 때로는 공유 문서 같은 다른 채널로 소통을 전환하는 식이다.

2. 임원의 과잉 의욕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임원의 과잉 의욕(executive gluttony)’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는 끝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 64%는 회사가 너무 많은 우선순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조직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려 6개의 전략 과제를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도움이 된 것이 그렉 맥커운의 ‘본질주의(Essentialism, 에센셜리즘)’ 연구, 즉 ‘더 많은 것을 하기보다는 더 적더라도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한다’라는 내용의 프레임워크였다. 리더십 팀과 함께 3가지 핵심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보류하거나 폐기했다. 쉽지 않은 대화가 필요했지만, 그 결과 팀의 집중력과 성과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3. 전략적 단순화 실행

진정한 단순화는 단지 일을 더 잘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필요 없는 업무를 과감히 없앨 용기가 필요했다. 조직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3가지 영역에 집중했다.

  • 이메일: 하루에 3차례, 각각 30분 단위로만 이메일을 확인하도록 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을 덜 자주 확인할수록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 덕분에 답변이 더 깊이 있고 충실해졌다.
  • 회의: 평균 참석 인원을 12명에서 6명으로 줄이고 명확한 의제를 마련했다. 그 결과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이 35% 향상됐다.
  • 보고: 전면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략적 가치가 낮은 보고에 주당 15시간을 쓰고 있었다. 보고 주기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업무 부담을 60% 줄였고, 필요한 핵심 정보는 유지했다.

이런 개별 실천은 곧 조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바쁘게 보이는 일’보다 꼭 필요한 업무를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됐고, 직원들의 몰입도와 만족도도 높아졌다.

리더십의 지속적 과제

반응적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도적인 리더십으로 나아가는 데는 사고방식의 변화와 체계적인 실행이 모두 필요했다. 뉴포트, 펀트, 맥커운 등의 연구가 종합적인 틀을 제공했지만, 실제 변화는 일상의 꾸준한 실천과 조직 문화의 전환을 통해 이뤄졌다.

필자가 처음에 택한 리더십 방식은 항상 연결돼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했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대신 의도적으로 딥 워크와 전략적 사고를 위한 여백을 마련하자 스스로도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팀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오늘날 리더 앞에 놓인 선택은 분명하다. 반응적으로 움직이며 겉으로만 바쁘고 비효율적인 상태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여백을 만들어 리더십 역량과 조직 문화를 혁신할 것인가다. 경험상 후자를 택했을 때 더 나은 성과와 높은 만족도, 그리고 리더와 팀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성공이 뒤따랐다.

지금도 회의 사이에 ‘쐐기’의 시간을 두고, 타임복싱을 통해 90분 단위로 딥 워크 시간을 확보한다. 또한 과도한 업무 투입을 막기 위해 조직의 우선순위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제 이런 실천은 리더십 스타일의 핵심이 됐다. 이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끊임없는 요구와 변화 속에서도 사고하고, 전략을 세우고,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dl-ciokorea@foundryco.com

Nick Colisto

Nick Colisto is a senior IT executive and multi-award-winning CIO with over 30 years of experience leading technology strategy and transformation across Fortune 500 companies and startups. As senior vice president and CIO at Avery Dennison Corporation, a $9B global manufacturer, he is responsible for executing the company’s enterprise IT strategy, advancing operational efficiency and enhancing the delivery of IT services and products across more than 50 countries.

Nick was inducted into the CIO Hall of Fame in 2021 and has been recognized as a CIO 100 Award recipient multiple times. His leadership has helped Avery Dennison earn recognition as one of the “100 Best Places to Work in IT” for five consecutive years. He frequently speaks at industry events and has been featured in CIO, Computerworld and Forbes. He also serves on the CXO Advisory Board of NinjaOne, a cybersecurity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