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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Ewbank
Contributor

美 CIA의 ‘디지털 C-레벨’ 실험에서 기업이 배울 수 있는 리더십 통합 전략

세계 최고 대외 정보기관에서 보안성과 확장성을 갖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부서 간 리더십 조율을 어떻게 필수 전략으로 삼았는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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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Andrew Malone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전 세계를 통틀어 집중 공격을 받는 조직 중 하나다. 필자는 2019년 디지털혁신 부국장으로 임명된 순간부터 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역량을 현대화하고, 임무 수행에 미치는 효과를 가속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정교한 공격을 퍼붓는 적대 세력보다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을 받아야 했다.

직책을 맡자마자 곧바로 깨달은 것은, 기관 내 최고의 역량을 가진 리더인 CIO, CISO,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협력보다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각 부서는 위험, 접근성, 속도, 확장성이라는 유사한 과제를 다루고 있었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하나로 모을 통합 전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디지털혁신 팀은 사실상 직속 부서들의 기술 통합자 역할을 떠맡게 됐는데, 이러한 상황은 현명하지도, 실행 가능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리더십이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리더들은 대규모 조직과 정교한 운영을 뛰어난 능력과 비전으로 이끌어온 탁월한 전문가들이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적, 문화적 요인에 있었다. 오래된 기술 프로그램을 보유한 많은 대규모 조직과 마찬가지로, CIA 역시 미래를 향한 공동 목표가 아니라 각 부서의 개별 임무에 최적화된 디지털 생태계를 의도치 않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는 디지털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요원들은 ‘창끝’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지역에서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5년짜리 프로그램 일정표가 아니라 즉각적인 지원이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이루는 동시에 특수한 임무가 요구하는 보안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이른바 ‘디지털 C-레벨(digital C-suite)’을 만들었다. 이는 보안, 데이터, 정보기술 전략을 사후에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 초기 단계부터 통합하는 기능적 협업 모델이었다.

개별 접근 문제

조직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은 정보 기관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었다. IT 리더는 현대화, 확장성, 인력 접근성에 집중했고, 사이버보안 팀은 위협 완화와 회복력 확보에 주력했다. 한편, 데이터 리더는 수십 년간 쌓여온 데이터를 현대적 분석에 맞게 정리하지 못한 채 거버넌스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DX는 이 모든 과제를 동시에, 제대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야 기술 스택 전반에서 실행을 동기화해 미래형 AI 기반 정보기관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각 부서는 저마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전략적 조율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중복된 업무, 비효율,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충된 우선순위, 그리고 조직 전반 보안 태세의 잠재적 공백 등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게 보안이 추진 동력이 아닌 제약 요인으로 작동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 결과는 단순한 운영 비효율을 훨씬 넘어섰다. 적대 세력은 사이버 작전과 정보 활동을 별도의 부문으로 나누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역량을 정교하고 통합된 전략으로 결합해, DX에 사일로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때 드러나는 틈과 공백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우리는 디지털 영역 전반에서 우위를 지켜내야 했다.

DX에 현장 작전의 관점을 접목

전 세계 곳곳에서 수십 년간 정보 작전을 지휘한 경험을 통해, 복잡한 작전의 성공에는 치밀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조율을 넘어 서로 다른 역량이 상호 보완하며 하나의 운영 단일성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였다. DX 역시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일 수 없었다. 오늘과 미래에 걸쳐 요원과 임무가 요구하는 성과와 직결돼야 했다.

필자는 이 과제에 긴급성을 부여했다. 현장 작전에서는 타이밍이 종종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데, 이는 디지털 전환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적대 세력은 빠르게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었고 CIA는 기술 경쟁 속에 있었다. 따라서 임무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통합 개발이 절실히 필요했다.

디지털 C-레벨 구축

우리가 찾은 돌파구는 조직을 다시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운영 방식을 체계적 협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디지털 C-레벨(digital C-suite)’이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3명의 핵심 디지털 역량 리더를 정기적으로 모았다. 목표는 이들의 팀이 주요 이니셔티브를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야심찬 파일럿 프로젝트로 처음 추진력을 얻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엔터프라이즈 분석 도구에서 활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 IT 인프라, 데이터 거버넌스, 글로벌 보안 통신, 사이버보안 통제를 아우르는 긴밀한 조율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통합 접근 방식을 시험하기에 최적이었다. 무엇보다 전 직원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가치를 인정한 임무 핵심 과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예상대로 초기 과정에서는 마찰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관점을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강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

디지털 C-레벨 모델은 디지털 이니셔티브에서 보안을 다루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이버보안을 기술적 의사결정 이후에 단순히 덧붙이는 요소로 취급하는 대신, 전략 단계에서 공동 기획을 통해 내재화했다. 이로써 디지털 리더 간의 공동 책임 체계를 만들었고, 단계별 이관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없앴다.

파일럿 프로젝트는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리는 아키텍처 단계에서부터 보안 원칙을 반영해 시스템을 설계했고, 그 결과 더 안전할 뿐 아니라 배포 속도도 빨라졌다. 보안 요건을 뒤늦게 반영하면서 흔히 발생하는 비용 높은 재작업도 피할 수 있었다.

민간 부문으로의 확장

정부를 떠난 뒤 여러 산업 현장에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한 팀들을 마주했다. 이때 디지털 C-레벨 모델을 효과적으로 만든 원칙이 민간 부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 CIO에게는 몇 가지 실행 가능한 조언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는 CISO와 CDO를 전략 기획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안과 데이터 거버넌스가 사후 제약 요인이 되는 대신, 아키텍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보장한다. 둘째로 디지털 리더십 역할 전반에 걸쳐 공동 성과 지표를 정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사이버 리스크,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이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라 동일한 기업 과제의 상호 연결된 측면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 성공적인 구현 사례들은 대부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과 성과를 공유할 더 큰 조직 모두가 명확한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핵심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협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늘날이라면 이 모델을 기업 AI 도입에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 AI는 본질적으로 IT 인프라, 데이터 거버넌스, 사이버보안의 긴밀한 통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디지털 리더십 강화

CIA가 개발한 디지털 C-레벨 모델은 현대 DX가 근본적으로 다른 리더십 접근을 요구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오늘날에는 업 목표에 따라 빠른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고, 동시에 사이버보안, 데이터 거버넌스, IT 현대화가 압박을 받는 환경에서 조직은 이 모든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최고 경영진에서 시작된다.

이는 회의나 불필요한 절차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둘 다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정교한 디지털 역량이 보안, 데이터, 기술 전략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본 성공적인 DX 프로젝트는 이 통합을 경쟁 우위로 이해하는 팀이 이끌고 있었다.

DX를 시작하는 조직은 이런 부서 간 리더십 조율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투자하지 않고도 과연 버틸 수 있느냐’일 것이다. 디지털 역량의 효과적인 활용이 앞으로의 경쟁 우위를 좌우하고, 사이버 리스크는 단숨에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C-레벨을 구축하는 일은 전략적 필수 과제가 됐다.

이런 역량을 구축하려면 신중한 리더십, 직원과의 효과적인 소통, 지속적인 헌신이 필요하지만, 성과는 곧 확장 가능한 회복력과 전환으로 돌아온다. 대담한 목표를 가진 작은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한 일이 조직 내 사일로를 허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급증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조직에는 더 나은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조율이 요구된다. 디지털 C-레벨은 이 2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검증된 프레임워크다.

이 글에 담긴 모든 사실, 의견, 분석은 필자 개인의 견해일 뿐이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시각을 반영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 정부가 해당 정보를 인증하거나 필자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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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Ewbank

Jennifer Ewbank is the founder of Andaman Strategic Advisors and the former deputy director for digital innovation at the Central Intelligence Agency, where she led the agency’s transformation in artificial intelligence, cyber, data, open-source intelligence and emerging technologies. Today, she advises boards and executives on AI, digital strategy and cybersecurity and is a public speaker on a range of issues at the intersection of national security, emerging technologies and the future of digital leade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