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용어가 범람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은 불필요한 소음을 걷어내고 현실적인 가치와 해답을 제시하는 기업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포춘 500 기업의 67%를 위해 수십억 건의 문서를 처리하는 기업의 CEO로서 대규모 기업용 AI 도입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AI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시장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비즈니스 리더는 어떤 도구가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지, 또 언제 활용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AI 워싱(AI-washing)’의 확산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AI 워싱이란 벤더가 의미 있는 혁신 없이 기존 기능을 ‘AI 기반’이라고 포장하며 시장에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민감한 정보를 AI가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명확성이 기업에 필수 요소가 되면서 실제 역량을 가려내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데이터 활용, 저장, 모델 학습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시장이 연평균 26% 이상 성장해 2031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기업 리더는 지금부터 AI 도구를 평가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실질적인 혁신 기회를 날려버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도구에 투자할 위험이 크다.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기업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과 결과를 입증해야만 한다.
AI 워싱의 실제 비용
AI 워싱은 단순히 비용 부담으로 끝나지 않고 역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 기업이 피상적인 기능을 ‘AI 기반’이라고 포장하거나 기본 비즈니스 로직에 화려한 유행어를 덧씌울 때, 고객으로 하여금 오해하고 기대치를 왜곡하게 하며 결국 AI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특히 기업 요구사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벤더가 민감한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혹은 고객 문서를 학습에 활용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기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임을 드러내는 셈이다.
그 결과 의사결정자들은 복잡한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구매자는 점점 더 회의적이 되고, AI의 실제 가치는 과도한 마케팅 소음 속에 가려진다. 실제로 CIO에게 사용자들이 시도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 데이터에 어떤 위험을 끼칠 수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AI는 결과가 아니라 수단
업계에 분명히 요구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있다. AI 자체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조 달러 규모의 시장 성장을 이끌 기업은 이 차이를 통해 스스로를 구분 지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문서 중심의 업무 흐름이 지금까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떠올려 보라. 계약서를 검토하는 법무팀, 청구서를 처리하는 재무팀, 지원서를 다루는 인사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만든 핵심 요소는 자연어 처리 모델의 기술적 구조가 아니라 전문가가 50페이지짜리 계약서를 30분이 아니라 30초 만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AI는 구현을 위한 수단일 뿐, 실제 가치는 절약된 시간, 얻어진 인사이트, 그리고 달성된 성과에 있다.
이는 AI 도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기술은 단순히 새로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다만 핵심은 AI가 워크플로우와 역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데 있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업무를 자동화해 사람이 판단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실용적인 AI의 실제 모습
포춘 500 기업과 협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AI가 갖춰야 할 핵심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실질적 문제 해결: 복잡한 문서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몇 초 만에 추출하는 등, 사용자가 전후 차이를 명확히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보안 중심 설계: 처음부터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표준, 규제 준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반영해 구축돼야 한다.
- 대체 아닌 보완: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기보다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성공적인 구현은 언제나 사람을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시킨다.
진짜를 가르는 질문
AI 워싱 문제와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업의 핵심 요구사항을 고려할 때, 어떻게 해야 소음 속에서 진짜 신호를 가려낼 수 있을까? 모든 리더가 AI 도구를 평가할 때 반드시 던져야 할 현실적인 질문을 소개한다.
- 달성하려는 성과는 무엇인가?
- 해당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가?
- 서드파티 모델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자체적으로 학습한 모델을 사용하는가?
-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는 어떻게 보장하는가?
- 사용자 문서나 상호작용 기록을 저장하는가?
- 오남용이나 편향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무엇이 있는가?
이 질문들은 제품의 근본적 기반과 그 개발 과정에 담긴 윤리적 고려 사항을 점검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AI 구축에 따르는 책임을 충분히 고민했는지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
AI 도구 구매를 넘어 인재 육성으로
적절한 AI 도구 선택은 절반의 성공을 의미한다. 기술과 도구는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많은 기업이 깨닫는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92%의 기업이 향후 3년간 AI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 자사를 ‘성숙한 AI 도입 기업’이라고 평가한 리더는 1%에 불과했다. 한편 직원의 48%는 AI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교육’을 꼽았지만, 절반 가까이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느꼈다.
성공하는 기업은 도구뿐 아니라 AI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재를 함께 키운다.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팀에 국한되지 않고, 전사 차원의 AI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고객과 직접 맞닿는 부서는 AI의 역량을 이해해 실제 구현을 안내해야 하며, 영업팀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실질적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와 운영 부서 역시 일상 업무에서 AI 도구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AI에 대한 이해력이 기술 부서를 넘어 기업 문화 전반에 스며들 때 비로소 변혁이 가능해진다.
사고방식의 전환
AI 혁신은 멀게만 느껴지던 역량을 갑자기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가져왔다. 하지만 이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 성급한 도입, 그리고 AI가 실제로 기업 워크플로우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한 혼란 등 AI워싱이 확산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도 만들어냈다.
앞으로의 길은 분명하다. 기술이 아니라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과 구현 방식에 대한 까다로운 질문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IT 부서에 한정하지 말고 전사적으로 AI 이해력을 확산시켜야 한다. 효과적인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시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IT 리더는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탐색하는 리더로서 소음 속을 헤쳐 나가야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AI 기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신중하게 도입하는 곳이다. 모든 벤더가 ‘AI 기반’을 내세우는 시대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혁신을 식별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업만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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