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AI 벤더는 경쟁 심화, 시장 주도권 경쟁, 그리고 높은 컴퓨팅 비용이라는 복합적인 압박 속에서 매달 가격 책정 방식이나 모델을 변경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AI 벤더들이 가격 책정 방식과 모델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 CIO들에게는 비용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빌링 소프트웨어 벤더 차지비(Chargebee)의 시장 진출 담당 사장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많은 AI 벤더가 구독형 요금제에 사용량 기반이나 성과 기반 과금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격 모델로 전환했지만, 이러한 전략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일부 AI 벤더가 몇 주마다 가격 책정 방식이나 모델을 바꾸고 있다며, 이런 관행이 가격 정책에 애자일 개발 철학을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AI 벤더들이 고객 유형별, 제품별로 차등 요금을 부과하는 등 애자일 제품 수익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클라크는 CRM 분야의 강자인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에이전트포스 AI 제품군에 대해 복수의 가격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클라크는 “업계 선도 기업들은 30일에 한 번 이상 가격을 바꾸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애자일 제품 가격 책정이다. 애자일 수익화는 기업 도입 속도와 LLM 비용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지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3%의 AI 및 소프트웨어 벤더가 구독형과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혼합하고 있었으며, 8%는 구독형과 성과 기반 요금제를 결합하고 있었다. 또한 여전히 약 16%의 벤더가 구독형 요금제만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하는 AI 시장
클라크는 AI 벤더들이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수익 창출 노력이 맞물리면서 가격 책정 압박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대기업에 도전하려 할 때는 라이선스 기반으로 시작해 시장 가격을 낮춘다. 하지만 곧 수익이 줄어든다는 현실을 깨닫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사용량 기반 모델로 전환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클라크는 그 결과 가격 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기존 강자라면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고, 신규 업체라면 처음에는 가격을 낮춰 시장을 공략하지만 결국 손실이 너무 커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CIO에게 큰 골칫거리처럼 보인다면 실제로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IT 분석 기업 밸루아(Valoir)의 CEO 레베카 웻터만에 따르면 AI 고객은 가격을 예측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AI 벤더들은 여전히 결과를 제공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 있다.
웻터만은 많은 AI 벤더가 API 호출마다 요금을 부과하는 서드파티 LLM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클라크가 언급했듯이 시장 주도권 경쟁도 주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벤더들이 에이전틱 AI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가격 모델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벤더들이 에이전트 점유율을 차지하려 하고, 일단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비싸고 번거롭기 때문에 장기 고객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웻터만은 전통적으로 SaaS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자리 기반 요금제(per-seat pricing)가 AI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면서, “이상적인 상황에서 AI는 자리 수를 줄이거나 동일한 자리 수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자리는 더 적게 팔고 LLM 호출 비용은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벤더에게는 이 계산법이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CIO를 위한 조언
업계 전문가들은 자리 수나 LLM 호출 건수가 아니라 ‘가치’에 초점을 맞춘 예측 가능한 가격 정책이 AI 벤더와 사용자 모두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성과나 가치를 정의하고 합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AI 벤더가 고객에게 특정 사용 패턴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가격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불 충전형 모델(wallet model)’로 전환하고 있다.
웻터만은 CIO들에게 “예상치 못한 가격 인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 벤더의 에이전틱 성장 전략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 시점에 유연한 지출 크레딧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자체 LLM이 없는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언젠가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LLM 업체의 가격 인상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이 곧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했다.
테크CXO(TechCXO)의 부분 CTO 겸 CISO이자 AI 전략 리더인 케빈 칼슨은 최근의 가격 변동이 혼란과 실망을 낳고 있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기다려온 AI 모델이 더 높은 가격 구간에서만 출시될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칼슨은 CIO들에게 벤더 종속을 피하고, 벤더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격 모델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AI 사용자들은 이를 위해 핀옵스(FinOps) 업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직원들이 사용량 기반 AI 도구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예산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API 사용량이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칼슨은 “코딩용 AI 모델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과정에 직접 참여해 중간중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모델이 무제한 권한을 갖고 감독 없이 실행되도록 두면, 단 한 줄의 코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계속 시도하면서 동일한 API 호출 비용이 반복적으로 청구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벤더 앱파이어(Appfire)의 CTO 에드 프레데리치는 다양한 AI 제품을 활용하는 동안 주로 계약 조건을 통해 가격 변동을 제한해 왔다면서, 직원들이 사용량 기반 AI 도구를 사용할 때 감지하는 알림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AI 벤더들이 가격을 자주 바꾸거나 새로운 요금 방식을 실험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프레데리치는 “우리는 사용량 기반 모델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비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작성하거나 AI에 많은 기능을 얹으면 매출원가(COGS)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람들이 실수를 해 하룻밤 사이에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를 직접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AI 사용자가 클라우드 컴퓨팅 벤더를 관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용량 기반 AI 도구에 적절한 비용 관리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잘 설계된 클라우드 소비 전략이 곧 AI 소비 전략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레데리치는 장기적으로 경쟁 심화가 AI 가격 인하를 이끌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고객 비용이 변동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AI 결과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높은 컴퓨팅 및 에너지 비용이 건전한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데리치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화를 해야 하지만, 결국 모두가 컴퓨팅 파워 비용이라는 동일한 가격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라며, “결국 AI 가격 경쟁은 끝없는 하향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AI 기능을 더 이상 제공하기가 어려워질 때까지 마진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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